관찰

요즘의 삶

sweeet 2023. 4. 3. 23:38

거의 매일 언급하고 싶을 정도로 모든 상황에 적용하기 좋은 짤

적절한 회피와 적절한 보상심리 그 모든 게 다 담겨있는 짤

ex) 나는 <비상선언> 을 본 3월 초 주말, 다 보자마자 바로 3시간 잤다.

 

프란츠 퍼디난드는 뭔가 항상 풀 앨범을 듣기는 애매한데 한 곡 들으면 기가 막히게 좋다.

오늘 나온 뉴진스 코카콜라 콜라보 신곡을 듣다가 너무 별로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알고리즘에 찾아와준 반가운 얼굴.

 

 막 엄청 다 찾아들은 가수는 아니었던 김광진님

지지난 금요일에 콘서트를 다녀왔는데 가히 최고였다.

사람 목소리가 어떻게 그렇게 맑고 가늘게 울리면서 온 공간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걸까.

특히 '비타민' 이 트랙은 뒤늦게 찾은, 여태까지 찾아 헤맨 내가 제일 필요로 했던 노래.

 

콘서트의 매력은 아예 다 알고 갈 때 모든 노래를 다 즐기는 재미도 있지만

아예 몇 곡 빼고 모르는 채 가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재미가 난 더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요새 에픽하이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들어도 잘 안 가는지도.

 

우습게도 문화생활은 몰아서 하게 되는 건지 신해경의 콘서트도 다녀왔다.

공연 내내 오른쪽 뒤편에서 아이 소리가 들려서 혹여 아이가 귀를 다치진 않을까,

혹은 아이가 소리를 지르거나 울어서 모두의 관람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괜히 조용한데도 혼자 신경을 쓰게 되고 공연을 통 즐기기가 힘들었는데

알고 보니 기타 세션 분의 조카였다. 이상하게 뭔가 죄송했고, 그래서 혼자 굉장히 민망했다.

 

공연은 좋았는데 리버브의 매력을 담뿍 살린 음원만 듣다가

세션으로 들으니 새삼 크게 생각지 않았던 락의 느낌이 더 강해져서

뭔가 듣는 내내 박자를 타게 되고 머리를 흔들고 싶었던 것이

어쩌면 다음 공연엔 스탠딩석을 만드셔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페이퍼 문>, 1973

 

라이언 오닐과 그의 딸 테이텀 오닐이 함께 나온 영화.

라이언 오닐이 정말 매력있고 귀여운 사기꾼으로 나오고

테이텀 오닐은 그런 사기꾼과 함께 다니게 된 똘똘한 헤비 스모커 꼬맹이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면 라이언 오닐은 성격이 썩 좋은 편은 아닌지라

테이텀 오닐이 이 영화로 주목을 받고 오스카 최연소 여우조연상 수상까지 한 데에 자격지심이 컸다고 한다.

이후 라이언 오닐과의 불화와 이런저런 부담으로 인해 테이텀 오닐의 인생은 망가지게 된다.

 

이 비하인드를 알고 봐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어딘가 울고 싶은데 울 구석이 없는 영화다.

대충 설정만 들어도 어떻게 진행되겠다는 게 빤하게 그려지는데도 그걸 참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저릿하다.

물론 재미있는 구석도 여기저기 널린 따스하고 좋은 영화다. 명절날 집에 티비 한 개 정도는 이 영화를 트는 데 할애해도 좋을 거다.

 

<살의의 도정>, 2020

 

이걸 보자마자 불현듯 끄적였던 것이 네 개의 연출 / 각본 이론이었다.

1. 예상했는데 구린 것. 2. 예상 못 했는데 구린 것.

3. 예상했는데 좋은 것. 4. 예상 못 했는데 좋은 것.

 

바카리즈무의 각본은 항상 실없는 지점에 집착한다.

명확한 플롯 포인트나 갈등이 있어야 할 지점에 캐릭터의 재미로 밀어붙인다.

어쩌면 이병헌의 <멜로가 체질> 식 개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병헌의 각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더 현실적이고 인간미 있는 구석을 찾아낼 줄 안다.

 

그러면서도 항상 3번인, 예상이 가능하지만서도 좋은 부분들을 만들어낸다.

난 3번이 제일 짜증난다. 당하는 입장에서 알고도 당해야 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한다.

그럼에도 좋은 드라마. 다만 5화인가 점 보는 에피소드는 좀 그랬다.

 

거의 영화과 애들은 클리셰처럼 달고 사는 아티스트 조휴일 브로콜리 너마저(1집 계피 보컬 버전) 나이트오프 etc

그런데 브로콜리 너마저의 1집은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들으면 들을 수록 느낀다.

 

나는 뽕끼 있는 음악은 웬만하면 정말 좋아한다.

가끔씩 이박사 노래를 찾아 들을 정도로 해소가 안 되는 뽕에 대한 갈망이 조금 있다.

브로콜리 너마저가 그걸 해소해 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과연 누가 했을까.

 

요새 일을 하느라 팔자에도 없던 웹툰을 많이 보고 뭔가 다른 건 보는 게 별로 없다.

왓챠플레이에서 <하코즈메 ~싸워라! 파출소 여자~>, 애니 <일상> 을 보고 있다.

 

맞다 <혜미리예채파> 이거는 정말정말 너무너무 재밌다. 좋아하는 사람들 다 튀어나온다.

요런 예능을 볼 때마다 뭣허러 영화를 만드나 재미난 예능에 시간 더 바치고 싶은데 싶은 자괴감이 든다.

<중쇄를 찍자!> 를 이제야 끝냈는데 마지막까지 쿠로키 하루 덕에 산뜻하게 잘 봤다.

 

아직도 넷플릭스에서 <길모어 걸스> 시즌 1을 끝내지 못 했다. 더불어 <사이키 쿠스오의 재난> 을 보고 있다.

<더 글로리> 는 시즌 1 2화까지 봤는데 내게는 정말 많이 버거운 극인데 모두 좋아한다니까

이걸 어떻게 꾹 참고 봐야 할 텐데 이미 늦어버렸는지 다들 슬슬 언급을 덜 하는 분위기다.

 

요새 또 뭐가 유행하던데 뭔지 까먹었다.

 

나의 마지막 학기는 여지없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문득 그게 참 억울했다.

매주 단편영화를 써가는데 내게 돈 한 푼 안 주고, 오히려 돈을 내고 다니는 게 불쑥 열받았다.

그래서 내 소품집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짧고, 실없고,  내 생각에 이 정도면 피식은 하겠다 싶은 걸 쓰고 있다.

사진은 그냥 내가 내 시나리오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

 

자꾸 <제멋대로 카이조>, <일상>, 그리고 사무라 히로아키의 단편집 같은 거만 보고 있으니

내 작법이 파편화가 되고 있는 건지, 혹은 성장해서 가벼운 것도 쉽게 써낼 수 있게 된 건지 구분이 안 간다.

후자였으면 좋겠다.

 

요새 이 곡을 들으면 잠이 잘 온다.

<Amore Mio Aiutami>, 번역하면 <Help Me, My Love> 라는 1969년 동명 영화의 주제곡인데

모든 감정이 다 들어있는 노래다. 들을 때마다 마음이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나중에 왓챠에서 리뷰를 보다가 알게 됐는데

이 아름다운 곡을 아내를 패는 장면과 음독 자살을 기도하는 장면에 썼단다.

노래 때문에라도 언젠가 보고 싶은 영화지만. 이거 참 기분이 이상하다.

 

하여간에 그렇다. 본의 아니게 글이 참 길어졌다.

내가 자주 해오던 좋은 꿈을 꾸라는 인사는, 다시 말하면 선잠을 자라는 말이라고 누가 그랬다.

 

꿈 없이 오래오래 푹 잘들 주무시라.

 

 

 

p.s. 진짜 마지막으로,

Rest In Peace, Sakamoto Ryui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