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감정의 소용돌돌돌

sweeet 2023. 12. 16. 01:57

외로워서 우울한 건지 우울해서 외로운 건지. 둘 중 뭐가 선행하는지 이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호감은 마치 의무적인 것처럼 다가오곤 한다. 그냥 저벅저벅 나다니고 있으면 그냥 누구라도 좋은 것만 같다. 그런데 가만히 멈춰서서 누구를 좋아하는지, 혹은 사랑하는지 물어보면 어떤 이름을 말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게 가뜩이나 외로운 마음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 누구라도 만나면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내 모습이 생각할 수록 부끄럽고, 부끄러우니까 더 외롭다.

그냥 그런 스파크를 확인하는 것조차 두렵다. 운전하는 사람이 차 키를 꽂을 때 정전기가 오를까 두려워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느껴지지 않은 것들을 혼자 발전시킬 무식하고 위대한 용기는 없다. 그러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이틀째 아무 것도 못 하고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세상에서 제일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궁금해 했다. 잠깐 같이 할 수 있었던 순간들에 괜스레 의미를 부여하며 기뻐했다. 설익은 낮잠과 저녁잠을 자대다가 기분 나쁜 꿈을 꾸고 일어나곤 했다. 아무 연락도 오지 않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 할 가벼운 답답함을 마음에 쌓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버림받는 꿈을 꿨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연락만을 기다렸지만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기다리기만 했다.

마음이 시키지도 않았지만 술을 한 번 들이붓는다. 뜨거운 속을 어떻게 달랠 길이 없어서 가만 놔두니 어느새 다 녹아서 이제는 형체조차 찾아볼 수 없다. 세상에 조금이나마 던져볼 내게 남은 매력이라곤 하나도 남지 않은 것 같다. 뒤를 돌아보기도 앞을 보기도 두려우니까 애먼 손끝만 물어뜯고 있는 거다.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날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상상만 해도 웃음 나는 그런 일들만 일어나기를 바라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손톱만 뜯고 있다.

조금이지만 간질간질한 것들이 있다. 그냥 그런 순간들이 있다. 의미를 부여하려 손을 댔다간 와르르 무너질까, 애써 감히 다시 쳐다보지도 않으려 하는 그런 것들이 있다. 그러면서도 불안해서, 아무 것도 확신할 수 없어서, 계속 힐끗대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게 그 사람인지 어쩐지, 그걸 확인하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 내가 마주하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너무나도 부족하고 미숙한 내 모습일 걸 안다. 나는 사랑스런 그 사람의 모습들을 전혀 즐기고 아껴주지 못 하고 그 속에서 내 부족함과 역겨운 면모들만 보고야 만다. 도망치려고 마음을 먹어놓고 하염없이 신발끈만 고쳐매고 있다. 드라마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그 사람이 내 손목을 낚아챌 일만 상상하며.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닐 수도 있음을 두려워하며.

그러고 나면 어쩌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